어떤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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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23 알밤과 영창, 세월호, 김문수와 대통령

군대 있을 때, 내가 바닥 잡을 때 이야기다.


소대 분위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관물대 검사를 하는 등 노력과 약간의 긴장감 조성을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옆 부서에 새로 들어온 신병이 많이 어리버리해서 내 바로 한 달 밑이자, 그 부서 계원인 한 병사가 그 신병을 저녁 먹은 뒤에 소대 막사 뒤편 비닐하우스에서 야단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알밤도 한 대 먹였다.


바로 그 때 그 옆을 원사가 지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중대 행정관이 나를 불렀다.


모 계원의 구타가 있었던 것 같던데 아는 것 있냐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당시 구타 금지 분위기에 내가 다칠까 두려워서 모른다고 하였다.


그 한 달 밑 계원은 14일짜리 영창에 갔고, 나보다 20일 빠른, 나이로는 한 두어 살 더 먹은 고참이 나를 식당에 불러 1:1로 얘기를 했다.


내 밑의 사람이 무슨 일을, 특히 잘못을 했을 때는 내가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어도 내 잘못으로 여기고 책임을 지는, 그 밑의 사람을 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 부끄러웠다. 나는 비겁한 짓을 한 것이다.


그 뒤로는 내 밑의 사람을 키우고, 돕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도 해야 하지만 그 사람이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는 리더로서 내가 책임을 같이 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잊지 못할 실수이자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정말, 정말 말도 안되는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났다.


이처럼 많은 젊은 학생들이 바다에 삼켜졌다.


그리고 수많은 정치인들과 대통령이 현장에 방문했다.


그 중에 하나 김문수...



"저는 경기도지사지만,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좀 영향력이 있는데 여기는 지금 경기도가 아닙니다."


그려, 경기도에서는 119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바를 조리있게 말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랄 수 있는데(링크) 여기서는 그런 무대뽀식 말빨이 안먹힐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셨소?


배에 타고 있던 수 많은 학생들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이오.


이봐, 어디라고? 경기도 안산시라고.


당신이 도지사로 있는 경기도 도민이라고!!!!


그러면 상식적으로 당신은 당신의 도민들이 대거 위험에 처했는데 잠깐 들르고 빠질 게 아니라 진도의 사고 현장에서 모든 일을 진두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소?


그런데, 뭐라고? 경기도지사는 여기서는 영향력이 없다고? 경기도민이 물 속에 들어가 있으면 영향력을 발휘해서 꺼내야지, 영향력이 없어서, 뭐,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처럼 말을 해?


이런 <<갖은 쌍욕들의 나열>> 아. 누가 당신을 도지사로 뽑아줬는데? 당신은 누구를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하는데?


대통령도 마찬가지. 현장에 와서 "최선을 다해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하겠습니다." 라고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김문수 든지, 아니면 누구라도 한 명 세워놓고, "당신이 총 책임자요, 이 일을 당신의 목숨을 걸고 해결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해임이고, 다시는 공직에 들어오지 못할 줄 아시오. 지원이 필요하면 모두 말하시오, 내 우리 나라의 모든 힘을 동원하고, 필요하다면 이웃 나라의 도움도 받아주겠소." 라고 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좀 더 크게 보면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통령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니까 자신의 책임이라고도 여겨야 하지 않나? 무슨 누구를 문책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 이렇게 학부모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모든 국민들이 우울과 허탈에 눈물흘리며 힘들어하는 일에 대해 진정 책임을 묻는다면 주~욱 거슬러 올라가서 당신 자신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도 주도적으로 나서서 일을 해결하려 들지 않잖아? 그리고 4/22일자 노컷뉴스에도 보면(링크), 해경이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민간 잠수사의 투입을 막고 있다매? 설마 뉴스에 나온 것처럼 해경이 올려야 하는 실적을 민간 잠수사가 올릴까봐 막는 거야? 그래서 아래 4/18 실종자 가족 대국민 호소문에도 나오는 것처럼 22일에도 민간 잠수사 투입을 막았냐?


4/18일자 대국민 호소문 전문(기사링크):

"정부의 행태가 너무 분한 나머지 국민들께 눈물을 머금고 호소하려 합니다.


4월 16일 오전 9시께 사고가 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뉴스를 통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 낮 12시쯤 모두 구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보러 도착했지만 실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생존자 82명, 학생 74명, 교사 3명, 일반인 5명이 도착한 시각인 오후 5시 30분께 실내체육관 상황실에 와보니 책임을 지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주는 관계자가 아무도 없고 상황실도 꾸려지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현재 진행되는 상황인데 누구하나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이 없고 지시를 내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아이들은 살려달라고 차가운 물속에서 소리치고 있었을 것이다.


학부모 대책위를 꾸려 오후 7시쯤 팽목항과 실내체육관 2곳으로 나누어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자 했는데 민간 잠수부를 동행해 자원을 요청했지만 배도 못 띄우게 하고 진입을 아예 막았다.


흥분한 저희들은 소동을 피우고 난리를 피워서 책임지는 사람을 보내달고 했는데 대답이 없었다.


오후 10시 넘어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구조는 없었다. 계속된 요청에도 17일 오전 1시께 다시 한다고 전달받았지만 조류가 심하다,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얼버무렸다.


군과 경찰은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학부모와 민간 잠수부는 오열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일 현장을 방문했는데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헬기는 단 2대, 배는 군함 2척, 해양경비정 2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 구조대원 8명이 구조 작업 중이었다. 그러나 오전 9시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국민 여러분,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통령이라면, 수 많은 인명들이, 십대 후반의 많은 학생들이 물에 들어가 있으면, 모든 계통을 통해 누가 공을 세우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니 가용한 최대의 수단을 동원, 최대한 빨리 일을 진전시키라고, 만약 누군가 공을 세우기 위해 일을 더디게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바로 최대의 벌을 내리겠노라고 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누군가 말하길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 한 말이 담긴 동영상을 이 시점에 공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 비교가 안될 수가 없잖아?


돈이 문제가 아니고, 일단 정부에서 부담을 하고,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장비를 투입해서 문제 해결에 임하라고 재촉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리더가 보여줘야 할 모습 아니야?




"구명조끼를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


갑판에 올라왔다고 물에 뛰어든 것이 아니구요, 물 속에 있으니까요, 닫힌 배 안에 있으니까요... 밖에 나와서 물에 뛰어든 학생들은 다 구했다구요...


그러고 보니 크레인. 크레인을 투입하는데 보험료 따지느라 해양경찰청이 주저주저하면서 시간이 늦춰졌다며?(중앙일보링크 죄송) 일단 정부에서 자금을 대서 바로 투입하라니까? 사람들이 죽어간다니까?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것은, 사고가 일단 발생한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배가 넘어가면서, 그때부터라도 모두 달려들어 힘을 썼으면 지금처럼 실종자 숫자가 그대로 고스란히 사망자 숫자로 바뀌는 것을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지.


아이들을 구한 다음에, 그 다음에 죄를 묻는다면 물어야 할 것이다. 1. 전원 구출이라고 씨부린 언론. 최초 발원지와 확인도 안하고 모두 퍼뜨린 놈들 모두 찾아내서 처벌. 2. 각 단계에서 머뭇거리며 우왕좌왕한 정부 조직들 따져서 처벌. 3. 배 개조에 따른 있을 수 있는 문제점 넘긴 감사기관 등 처벌. 4. 화물 및 차량들의 고정에 대해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은, 균형 있게 배에 실려 단단히 묶였는지 확인하지 않은 감독자(기관) 처벌. 5. 1590억원 혈세 들여 만든 구조함인 통영함 무용지물로 1년 7개월째 조선소에 묶여 있는 것(링크) 관련자들 처벌. 6. 승객들 버려두고 지들끼리만 탈출한 배를 운전하는 사람들의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승객을 우선시하는 책무(seamanship)를 저버린 선장과 항해사 등 운항 관련 직원들의 처벌.


... 아, 적다보니 열 또 엄청 받네.


그리고, 일의 진행이 어이 없어서 청와대를 가겠다고 나선 학부모들을 왜 막아? 왜? 뭐, 김신조처럼 청와대 폭파라도 시도할까봐? 학부모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뭐겠어? 지지부진한 구출 관련 쌓이고 쌓여서 대통령으로부터 진지한 답변과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잖아? 뭐가 무서워서 막아서는데? 해 줄 수 있는 것은 해 주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그러면 되는 것이지, 자식 새끼가 죽어가는데 그 부모의 심정을 경찰로 막아세워? "자식을 낳아본 적이 없어서 저런다." 라는 말 듣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나섰어야지, 대통령 각하.


너무나 우울하고, 너무나 괴로워서 내 몸도 아플 지경이야.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사고 관련 친척도 아무도 없는 나도 이렇게 충격과 슬픔을 느끼는데, 단원고 관련 수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 안산시 시민들은 어떨까?


혹자는 또 그러더군.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대로 따르라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희생이 커졌다고. 웃기는 소리! 비행기에서, 배에서, 학교에서 기장이나 승무원, 선장, 그리고 선생이나 교장의 말에 따라달라고, 그래야 안전하고 좋다고, 그렇게 할 때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고... 그렇게 가르치는 것이 정상적인 교육 아닌가?


그렇게 배운 학생들에게 배 안에 있으라고 잘못 전달해 놓고 책임지지 않고 튀어버린(일부 구조 노력을 기울이다 희생되신 승무원들 제외) 선장 이하 운항 관련 승무원들이 잘못이지, 그게 왜 교육의 잘못인가?


그럼 지금부터 우리 교사들은 "우리가 너희를 가르치긴 한다만, 우리를 완전히 믿지는 말고, 우리의 말도 다 받아들이지 말고, 언제든지 우리가 너희들의 발등을 찍고 뒤통수를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해라." 라고 가르쳐야 하나?


이 썩을 것들아....


이래서야 어디 무슨 큰 일이 났을 때 나라가 진정 관심을 갖고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겠다는 확신이 서겠나? 그런 확신이 없는 국민들은 언제든지 나라를 저버릴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력은 떨어지게 되겠지.


이 사건으로 인해 괴롭고 불안한 이유 중에 또 하나는 믿을 구석이 없겠다는 두려움이야.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혼란스러운 와중에 기회를 놓치고 스러지는 일을 나는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지.


누구의 말처럼 수학여행 자체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감이야. 옛날처럼 여행을 다니기 힘든 때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단체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은 불필요하며, 사고나 나는 수학여행은 없애자고? 인솔교사들은 고생만 하는 수학여행, 까짓거 없앤다면 대찬성이야. 하지만 가는 이유가 뭔지 알아? 가족과는 또 다른, 자신이 같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반, 학년과 함께 어딘가로 갔다 오면서 이야기하고, 놀고, 구경하고, 실없는 농담이나 사진도 찍고, 장기자랑도 하면서 학창 시절의 또 하나의 기억으로 남기 때문에, 그 때문에 어디 한 군데 들렀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안전벨트 제대로 맸는지 검사한다, 보여줘~!" 라고 외치면서 버스를 휘젓고 다니다가 제일 늦게 안전벨트 매는, 밤에 교대로 학생들 숙소 방 앞으로 다니면서 자는지 확인하고, 돌아다니면서 사고는 나지 않는지 점검하느라 며칠 동안 잠을 설치는, 수시로 인원파악 하면서 어디 아픈 애는 없나, 무슨 잠재적 위험 요소는 없나 살피는 이 고생을 한단 말이다.


대형버스를 대절해서 탈 수도 있고,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또 배를 탈 수도 있지. 비용과 시간을 따져서 교통수단을 결정해서 여행을 가는거야. 개인적으로 출장이나, 가족 여행을 갈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 기차, 버스, 자가용, 비행기, 배, 이 중에서 골라서 가지 않나? 그 교통수단이 안전하도록 사전에 점검하고(자가용의 경우), 대중 교통수단인 경우 안전하리라 믿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렇지 않았잖아? 에이 xXxOoO !!!!


참으로 개같다. 기분도, 마음도, 몸도...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 대학생도 되어 있고, 고등학생들도 있고,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중학생들도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고, 절대 잊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아내와 1남 2녀 자식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교감의 자책과 괴로움, 그게 책임감의 어떤 결과야. 그런데 왜 다른 학생들과 승객들을 구하려 애쓰다가 살아나온 그 사람은 책임감과 자책으로 인해 가족을 저버리고, 정작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별로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빨리 이 일이 잊혀지길 바랄 뿐인가?


아, 젠장. 시험 문제도 덜 냈는데 이게 뭐야. 뭐냐고....


어떻게 앞으로 일이 진척되는지 잘 봐 주겠어.


어제 아침 라디오에서 이 비극적인 상황으로 인한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미디어를 일단 멀리 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기쁨을 느끼는 어떤 일들을 조금씩 하라고 그러던데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을 수가 없네... 보면 또 좌절하고, 분노하고...


정말 괴롭고 쪽팔리고, 화나고, 안타깝고 슬프다.


정말...!

Posted by 초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