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시간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시를 써서 내는 것이 수행평가에 있다.
국어선생님이 두껍고 딱딱한 종이(하드보드지?)를 정사각형으로 잘라 아이들에게 주면 아이들이 거기에 그림이나 글을 사용, 자유롭게 시를 써 내는 것이다.
점심을 먹는데 한 국어 선생이 나에게 "영어 선생님에 대해 시를 쓴 아이가 있어요." 그러길래 점심을 먹고 3학년 교무실로 올라갔다.
전학생인데 나의 수업에 대해 감칠 맛 나게 잘 쓴 시였다.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가져도 되냐고 물으니 가져가란다. 점수는 따로 챙긴 모양이다.
"대포로 내 심장을 뛰게 한다"는 부분은 내가 수업 첫 부분에 사용하는 랜덤 번호 생성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시간 수업 복습과 영어 속담, 발음기호 등을 묻기 위해 끝번호를 입력하면 1번부터 끝 번 사이에서 무작위로 번호를 생성하고, 나타난 번호의 학생은 나와서 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대포를 화면에 띄워 놓으면 하나하나 번호를 뽑을 때마다 아이들의 표정에 희비가 교차한다.
프로그램 다운받기(학교 교사 모임에서 얻은 것인데 만들어 공개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총 5~7명 정도가 today's victims :-) 복습은 한 3~4문제, 지난 시간 시청한 3분영어, 작년 3학년이 사용한 천재 중3 교과서에서 임의로 뽑은 발음기호 칠판에 쓰고 발음시키기, 영어 속담 유인물 중 하나 읽어 주고 우리말 뜻 말하기.
힌트는 약간만 주고 수업을 듣고 복습을 했다면 맞힐 수 있는 문제를 낸다. 근래 많이 혼난 학생이라면 좀 쉬운 것을 묻고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이면 난이도를 올려보기도 하고...
틀리거나 모르는 학생은 Donald Trump 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You're FIRED" 삘을 약간 넣으면서 손을 둥글게 허공에 그리며 뒤를 가리키고 "나~가세요!" 한다.
다 마친 후 뒤로 나간 학생들은 2명이면 박치기, 3명 이상이면 발바닥을 3대씩 맞는다. 요즘도 내 모교(서석고)에선 죽도 조각으로 발바닥을 많이 맞는지 모르겠다. 암튼, 아이들에게 복습을 유도하기 위해라고는 하는데 요즘 갈수록 체벌 금지 추세라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어쨌거나 위 시에서 "내 발바닥을 뜨겁게 해준" 부분은 뒤로 나가서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을 말한다. 지난 목요일 소풍 가서 남학생들한테 발바닥 때렸다고 하마터면 다굴 당할 뻔 하기도...ㅋ
또 나는 수업 시간에 조는 것을 못 본다. 졸면 한 번 경고했을 때 뒤로 나가서 서서 수업을 듣고 잠 깨면 들어오라고 했지만 아이들은 웬만하면 뒤로 나가지 않더라. 그냥 앉은 자리에서 조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슬쩍 다가가서 등짝을 퍽! 시에서 "친구의 단잠 깨워주고" 는 그 것을 의미하는 듯...
"3분 동안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주시고"는 EBS 에서 만든 3분영어 DVD 타이틀을 의미한다.
2008년 말 학교에서 구입한 것인데 2009~2010 에 걸쳐 모든 예문을 적고, 내 개인적인 경험이나 다른 어휘, 표현도 추가하여 워드파일을 제작했다. 영어부장에게 수업 15분 남으면 신호해 주라고 해 두고 수업하다가 15분 남으면 영상을 하나 보여주고 내가 준비한 워드 파일을 보면서 단어, 예문, 기타 관련된 것을 잠깐 배운다. 그리고 다시 수업. 아래는 아래한글 전체화면 보기 모드(Ctrl + G + Z)로 해 놓고 TV에 뿌려주는 글자를 크고 굵게 만든 파일과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동일한 내용의 출력 및 복습용 파일.
DVD를 매번 드라이브에 넣었다 뺐다 하는 대신 내용을 하드에 복사해서 PowerDVD 나 WinDVD 등 DVD 전용 구동 프로그램을 써서 폴더를 지정하여 재생할 수도 있고(구입하신 경우에 한해서!!), 전용 프로그램 대신 곰플레이어를 쓰는 경우 VIDEO_TS 폴더 속의 VIDEO_TS.IFO 파일에 대한 단축아이콘을 바탕화면에 만들면 이 파일을 실행시키면 곰플레이어에서 타이틀 화면이 바로 뜨므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참 마음에 드는 DVD 타이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DVD 내용(영국 다이애나 서거 10주년, 중국 사천성 지진, 신정아 사건)이 조금씩 세월에 바래가기는 하지만 쓸만하다. 제작진에 크리스챤이 있는지 성경에서 인용되는 내용도 있고 "하나님" 이라고 표기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시험에도 2~3문제 낸다.
어렸을 때 사촌누나가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 를 가르쳐 줬는데 당시에는 아기의 다리, 그리고 고기의 다리. 근데 던데이트는 뭐지? 하고 한동안 궁금했었더랬다. 일일영어(광주시교육청에서 제작한 Everyday English 365)를 활용한 수행평가 퀴즈가 끝나고 대포를 사용한 복습에 들어갈 때 나의 멘트가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대포" 이다. 아이들은 이 멘트를 따라하면서도 한숨도 쉬고...ㅋ
내 수업이 기다려진다는 시를 보자 기분이 업!되었다. 이 학생의 반에 들어가면 왠지 더 잘 가르쳐 주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 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에 오바하는 수업도 하게 된다. 나도 천상 단순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