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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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0 아, 내가 선생이구나~
IBM 있을 때 위에 계시던 차장 한 분(지금은 임원)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결혼하고도 좀 지난 후에 침대에 같이 누워 있는 아내를 보며, 아, 내가 결혼한 거구나 했다는...

아이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나를 부를 때, 수업을 하다가 문득, 출, 퇴근 길에 학교를 보며 내가 이젠 선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럽게, 띄엄띄엄 드는 이 생각은 당연한 것이지만 놀랍기도 하고 때론 이상한 느낌도 든다. 내가 선생?

신규가 3월에 보람을 느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랄까? 2학년 어떤 반에서 남학생 하나가 수업이 끝나고 다가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선생님 수업이 제일 재미있어요". 앗싸~ 내색은 안했지만 속으로는 날아갈 듯 기뻤다. 내 수업이 재미있대~ 이야호!~

그 날은 날라다녔다. 샘솟는 에너지. 스타 마린이 스팀팩을 팩으로(x6) 맞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근데 스타2는 왜 이리 뜸을 들여? 머 나와도 할 시간도 없겠다만...

3월에 1분도 안 자고 완전히 밤을 새서 일한 것이 2번, 2~3시간 잔 것은 10번이 넘고, 학교에서 밤 10시 40분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2시까지 일하다 자는 것은 기본. 정말 3월은 죽는 줄 알았다. 4월 되면 나아질까 했더니 초반까지는 비슷하게 가다가 이제는 약간 궤도에 오른 느낌, 퍽! 아니라니까...

담임에 1, 2학년 수업, 학생과, 격주로 아침 교문지도... 담임 업무가 정말 많았다. 내 새끼들이라는 생각에 재미가 있지만 책임감도 막중. 지지난 주에 화를 많이 내서 마음이 아프다. 잘 좀 해라 말이야 애들아...

전국 듣기 평가도 마치고 이제 중간고사 문제 출제, 중간고사를 보고 나면 5월엔 체육대회에다 뭐에다 또 금방 갈 듯. 3월을 고생하며 보내고 나니 그 다음은 이상하게 시계바늘에 가속도가 붙는 듯 하다.

지난 주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긴장이 풀어지며 누적된 피로에 급체가 겹쳐 설사와 구토로 완전탈수의 경지를 경험했다. 차분하고 고요한 느낌... 풀썩. 금요일엔 급기야 결근. 1,000ml 하트만 2개를 연달아 맞으며 기타 주사를 대여섯 방 곁들여 맞고 지금 회복 중.

아이들의 문자가 기운을 솟게 한다. 다시 스팀팩이 꽂히는 이 느낌!
:선생님 많이 편찬으신가봐요. 빨리낳으셔서 웃는얼굴로 봐용 *^^* ← 뭐 애기 낳냐? 나으셔서지 임마...^^
:선생님많이아프시다면서용 ㅠ 얼른나으셔서학교에서봐용~~~^-^
:샘 많이 편찬으세요!!! 빨리 나으세요~~ 파이팅!! ← 편찬으세요? 이건 편찮으라는 얘긴가?ㅋ
:선생님 떠오르는 샛별OO에요 몸관리잘하시고빨리낳아서 건강한모습으로 뵈요*^^* ← 샛별 다 죽었다, 이 놈아 ㅋ
:선생님 저OO데요 빨리나으세요^.^
:선생님 많이 편찮으세요? ㅠㅠ 약 꼬박꼬박 드시구 건강한 모습으로 뵈요~
:선생님 빨리 나으세요 ㅠㅠ 제가 어제 새벽까지 EBS 했는데 나으셔서 확인하셔야죠 빨리나으세요 ← 미안하다, 이 놈아. 누가 보면 EBS TV 중학영어 땜에 잡아먹는 교사라고 생각하겠다. ㅋㅋ
Posted by 초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