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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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3 교사란 어떤 직업인가? ("저노마 잘 해!")
칭찬이라고는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썽꾸러기에다 공부도 못하고, 특별한 재주도 없고 얼굴까지 못 생겨서 칭찬 받을 거리가 없었습니다. 칭찬은 고사하고 어딜 가나 야단맞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성에 낀 유리창에 무심코 새를 그리는 걸 보고 지나가던 선생님이 스치듯 한 마디 했습니다.
"고놈 참, 새 한 번 잘 그리네!"
소년은 자기 귀를 의심했습니다.
처음 듣는 칭찬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소년의 가슴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 날 이후 소년은 그림만 그렸고 14년 후 대한민국 미술 대전의 대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가 한 소년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위의 내용으로 검색을 시도해 보았으나 누구인지 찾지는 못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수학을 싫어했다. 문제 푸는 것도, 고민하는 것도 정말 괴로웠고 될 수 있으면 피하고자 했었다.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 수학이 너무 어렵고 싫었지만 어렸을 때부터의 다소 막연한 꿈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 이과를 선택했다. 결국 영어를 수학보다 더 좋아했던 나는 영어 공부를 하기로 한 시간에는 물론 영어공부를 했고 수학 공부를 하기로 해 놓은 시간에도 영어공부를 하곤 했던 것을 기억한다.

고3이 되어 그 동안 소홀히 했던 국어나 국사, 한문과 같은 과목들도 열심히 공부를 했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수학만큼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로 앞에 떡 버티고 앉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도대체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를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것이 생각난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시체실” 이라 불리던 수학선생님이 계셨다. 하얀 가운과 긴 손가락, 큰 안경 속으로 비춰 보이는 번뜩이는 눈, 약간 대머리가 진 넓은 이마로 인해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질리게 만드는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이 담임이 되시거나 학년 전담 수학 선생님이 되신 적은 없었지만 늘 저 선생님에게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수학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보충학습 때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되었다. 매 시간마다 앞에 나와 문제를 풀게 하시는 선생님이 정말 원망스러웠고 매일 살얼음을 걷는 것 같았다.

어느 날은 앞에 나가 문제를 푸는데 헤매다가 결국 풀지 못했는데 많은 학생들 앞에서 주눅이 들고 스스로가 미워서 절망스러워하고 괴로워했었다. 정말이지 도대체 누가 이런 학문을 만들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자존감도, 공부에 대한 동기도 모두 위축되었었다.

그 다음 언젠가 수업 시간에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OOO 저놈아 잘해!”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업 중에 갑자기 그 말씀을 하실 이유도 없었고 같이 수업을 듣는 다른 아이들도 내 실력을 뻔히 아는데 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학이 아닌 다른 것을 잘한다는 말씀이신가? 그런데 나에 대해 잘 모르실 텐데 내가 무엇을 잘한다는 말씀일까?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의 원인모를 칭찬은 크게 다가왔고 수학을 비롯한 전반적인 학업에 힘이 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학력고사를 치르는 세대로서 “너는 수학이 약하기 때문에 본고사를 보게 되면 큰일이니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부담을 느끼던 나에게 자신감과 위로를 주었던 고등학교 수학선생님.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견학을 가기 전에 먼저 박물관에 가서 아이들의 눈 높이가 되도록 몸을 수그려서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실제로 보게 될 것을 보면서 수업안을 작성했다는 어떤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말이야 쉽지” 라는 표현처럼 아이들과 같은 상황에 자신을 넣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다른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어떤 아이가 부모를 따라 미국에 가서 미국 학교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날 수업은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아직 알파벳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고,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어 선생님이 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 일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 이 아이에게 칠판으로 나와 자신의 이름을 한국말로 쓰라고 하셨고 이 아이는 그 반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어 모든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이 아이에게 한국말로 써 달라고 하는 바람에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걱정하는 모습, 당면한 과제 혹은 일에 대한 학생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 학생에게 안정감을 주어 앞으로의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해 주는 능력. 이 능력이야말로 지식의 전달을 넘어선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교사는 지식 전달도 전달이지만 학생으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여 결과적으로 스스로 하고 싶은 내적 동기가 일어나도록 돕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예비교사로서 나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아이들이 자신감과 기쁨을 가지고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를 고민해 본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절망하여 포기하지 않고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영어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학생들로부터 잘 하는 학생들까지 고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업을 한다거나, 내 자신의 영어공부 경험을 되살려 교육과정과 결합하여 창의적인 교수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고등학교 때의 수학선생님처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눈과 마음을 읽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나의 마음을 그처럼 꿰뚫어 보시고, 또 잊지 않으시고 격려를 통해 원기를 북돋워 주셨는지 지금도 정말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학생들을 항상 살펴보셨던, 그래서 더 무서웠는지 모르지만, 그 크고 부리부리한 눈이 바로 학생들의 필요와 상태를 알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이 아니었을까?

교단에 서서 유약한 학생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세상 풍파에 대한 건강한 내적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교사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어제 저녁 다녔던 고등학교에 전화를 해 봤다. 사정이 있어 학교를 그만두셨지만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었고 조만간 찾아 뵈려고 한다.

4년의 회사 생활, 편입, 2007 임용에서는 1차에서 떨어지고 이번 2008 임용은 2차까지 보고 1/31 2차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빙~ 돌아온 만큼 이제 교단에 서게 되면 정열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생이 되고자 한다.

김종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학생들의 마음을 읽고 격려가 되는 말을 해 줄 수 있는 안목과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초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