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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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1 신규교사, 첫 해를 마무리하며

2/27 금요일에는 겸임을 나가는 OO공고에 갔다.
부산한 교무실 한 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7명 정도의 교사들. 정장을 차려 입고 다소 흥분된, 무언가 살짝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이리 저리 전기 스파크가 튀어 다니는 느낌이 드는 젊은 교사들.
신규 교사들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1년 전에 저랬었는데. 교무실 중앙탁자에 다른 신규 셋과 함께 정장하고 앉아 두리번거리며 무언가 파악하고 알아보려고 귀 쫑긋 새우고 있었는데...
1년이 지났다. 크고 작은 많은 일들 있었지만 이렇게 1년을 마무리하게 되어 참 감사하다.
사실 1년 지난 것 가지고 신규 교사들 보며 '새파란 것들...' 하기는 앞으로 겪을 것들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름 경험도 하고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2월에 3일 학생들이 나올 때 무언가 마무리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거창하게 파티나 눈물이 나오는 감동의 이별 시간은 갖지 못했다. "너희들에게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개인적인 관심을 쏟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학업 면에서도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렇게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보니 그 날 저녁에는 아이들에게 '우리 선생님이 무언가 잘못하긴 했나보다', 혹은, '마지막에 디게 꿀꿀하네..'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쨌든 빡씨게 1년 살았는데 분위기 기어가는 엔딩을 보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한 선생님이 복사하고 계신 것을 살짝 1장 더 복사해 둔 수업 평가지와 빛깔이 있는 학급운영 책에 나오는 연말 교사 평가 설문지를 보고 몇 문항 타이핑을 하다가 확 접고 4문항짜리 설문지를 만들었다. 내 반 아이들에게만 받을 작정으로...

1. 담임선생님으로서 좋았던 점을 써 보세요.
즐거웠어요. 우리들을 잘 보살펴 주셨다. 우리에게 항상 웃음을 주셔서 나도 기쁘고 웃음이 넘쳐었다.(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구나) 착한 것.(내가 착해? ㅎㅎㅎ) 착했다(얼씨구? 또 착해... 이젠 담임이 착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좀 궁금해진다는...) 착하시고 애들이 떠들어도 그렇게 많이 화내시지 않은 점?(수업 시간에 속으론 열불나도 참으려고 노력하며 달래면서 수업한 것이 수업하고 나면 지치지만 애들에게는 이런 인상을 주었을까? 고맙다) 잘 안때리는 것. 성적으로 때리지 않은 것.(나 또한 중학교 때 성적이 들쑥날쑥하며 150등/300명 정도 했었던 것을 생각하며 혹시 체벌을 하더라도 생활 면에서, 혹은 불성실한 모습으로만 체벌했었다) 담배 피우지 않는 것.(약간 놀랐다. 내가 담배 피우지 않는 것을 알고 좋았던 점으로 생각한 아이가 있다니.) 신경을 많이 써 주셔서. 신경을 많이 써 주신 점. 엄할 때는 엄하게 다정할 때는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고 수업 시간도 다른 수업시간에 비해 재미있고 좋았습니다.(고맙구나, 부족한데 그렇게 봐 줘서) 없다.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재밌고 친절하다. 더 잘 챙겨주는 것 같다. 친절하다. 다른 선생님의 비해 친절하고 친구처럼 다가가주신다. 우리가 잘못한 점을 잘 지적해 주신 점. 음... 우리의 자유가 있었고, 생일, 기념일 등을 챙겨주셔서 다른 반, 다른 학년보다 정을 느낄 수 있었다.(생일 파티를 아이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진행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올 해는 겸임이라 담임이 아니지만 다음 담임 때는 아이들끼리 더 활발한 학급을 운영하도록 돕고 싶다) 우리가 하는 말을 잘 받아 주시고 재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생일 챙겨 주신 것, 다른 선생님들보다 친절했던 것. 아이들을 챙겨준 것(생일), 성적을 상관하지 않았던 것. 우리들의 잘못된 점을 고쳐 주셨다, 예를 들면 지각을 하거나 싸움을 하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고쳐주셨다.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신 점. 자상했다. 이해해 주고 걱정해 주셨다. 친절하시당. 타 선생님보다는 친절하신 것 같고 왠지 친근감이 들었던 것 같다. 친절해 주었다. 친절히 대해 주셨다. 친절하셨던 점. 생일 챙겨준 거. 생일을 챙겨줌.

2. 담임선생님으로서 좀 더 해 주었더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써 보세요. 개선점이나 바라는 점.
없어요. 이대로 해 주시고, 매를 때리실 때 좀 덜 냉정하셨으면 좋겠다.(잘못이 있어 체벌을 할 때는 진지하게 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좀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싶다) 선생님은 재밌을 때는 재밌는데 화날 때 너무 무서워서 조금만 덜 무섭게 해 줬으면 좋겠다. 없다. 없슴(머슴?) 없는데...;; 없었다. 한 번 화나면 세게 때리는 것 개선... 좀 살살 때려주세요.(올 해에는 될 수 있으면 체벌을 하지 않아야 하겠고, 혹시 하더라도 강도를 약하게 하리라) ... 없다. 때리면 very very pain. 없다. 때리면 very pain 이니까 beat 하지 마세요. 없다. 조금씩만 때리기. 가끔 이유를 묻지 않고 혼내시거나 때리시거나 그럴 때가 있어요!!(아주 가끔^^) 그런 것만 고쳐 주시면 100점 만점에 100점!! 매 강도를 좀 약하게... X. 잘 해 주셔서 없는 것 같다. 때리는 건 살살... 매 종류 바꾸기. 매가 너무 아프니 살살 때려 주세요. 매가 아파영. 딱히 바랄만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지금처럼만 해 주셨으면 좋겠다. 없음. 개인적으로 모두 만족한다.(부끄럽구만 부족한 것 많았을 텐데 "개인적으로 모두 만족한다"라는 평을 듣다니) 없다. 한 명이 잘못하면 반 전체가 피해 봄.(음... 이런 점이 분명히 있었다. 분위기가 쐐~ 해지는 것, 혹은 그 한 명으로 인해 다른 점들도 지적되면서 다른 학생들까지 혼나게 되는 점은 부당하다고 여겨질 수 있겠다. 규모에 따라 지혜롭게 아이들을 대해야 겠다.)

3. 영어선생님으로서 좋았던 점을 써 보세요.
영어 힌트를 많이 주셨어요(시험 보기 전 힌트를 말한다). 어쩔 때는 재밌게 해 주신다.(어쩔 때는... 흑) 수업 시간에 재밌게 잘 해주셔서 이해가 잘 간다고 말하고 싶다. 없다. 재미있게 수업을 해 줬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신거. 그저 그랬다. 영어 설명이 쉽고 이해 잘 됨.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교과서 내용에 충실한(여러 종류의 교과서들이 있지만 각 교과서마다 다루어야 할 어휘나 내용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른 과에서 다룬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교과서 내용을 충실하게 다루되, 창의적으로, 재미 있게 재가공해서 다루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력했었다. 이 점을 눈치 챈 아이가 있다니... 쌩유) 수업 시간에 재미 있었고, 관심 갖어 주셔서 좋았습니다.(어떤 관심이었을까? 와이프는 애들 필체를 보면 누가 썼는지 다 아는데 난 모르니 원... 무슨 관심을 가져준 것이 좋았는지 알아야 앞으로도 더 "그러한 관심"을 가져줄 것이 아닌가? 낭패로다...) 영어를 자세하게 알려줘서 좋았음. 없다. 수업이 재밌다. 친절하다. 영어 과목이 가장 어려웠는데 영어 시간이 좀 더 편한 느낌이 들어 잘 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별루... 솔직히 말해 다른 영어 선생님의 영어 수업보다 뭔가 더 영어(?)스러운 수업이라서 수업 들으면서 알아가는 게 많아 그 점이 좋았다. 교과서 위주의 수업이 맘에 들었다. 나름 다른 반보다 알려주신게 많음.(이건 문제의 소지가 좀 있다. 1반, 3반 담임이 들으면 섭섭하겠는 걸?ㅋㅋㅋ 하지만 시험에 관해서는 절대 공정했다, 모두 동일하게 가르쳤다는... 3개 반 영어 평균은 다 비슷했다. 황샘은 반성해~ 왜 울 반 사회 성적이 그렇게 낮은데?) 수업을 재미있게 해 주셨다. 친절하게 알려주신 점. 친절하게 지도하셨다. 직접 돌아다니시면서 알려주셨던 거. 자상했어용! 영어 수업에 흥미가 생기도록 잘 도와주셨었다.(이건 감동이야, 교사로서 참 기분이 좋은 평이군) 없음. 신경을 많이 써 주셨던 것 같다. 영어를 지밌게 가르친 점. 공부가 잘 됨. 교과 외의 공부를 할 수 있음.(교과서에 충실했지만 동시에 연관하여 외부 자료나 표현, 어휘 등을 추가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멘트인 듯)

4. 영어선생님으로서 좀 더 해 주었더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써 보세요. 개선점이나 바라는 점.
없어요. 없다. 없다. 없다. 없음. 없음. 별루 없었다. 없다. 없음. 없음. 없다. 길동이를 좀 더 예뻐해 주세요(저는 not 길동) 없다. Hint(시험 힌트)를 many 알려주면 좋겠는데... 없다. 수업 시간이 너무 딱딱해요!! 쫌 노는 시간도 주어졌으면 ex) 영어 게임(?) 학생들끼리 한 10분 정도 영어로만 말하기 등...(올 해엔 모둠 간 상호작용과 게임, 활동을 더 하는 수업을 시도해 보려 한다. 딱딱해서 미안미안~~) 없다. 시험 좀 쉽게 내 주는 것. 시험을 좀 더 쉽게. 시험 쉽게. 시험 난이도를 내려주세요. 시험 좀 쉽게... 이것도 지금처럼만 해 주셨으면 좋겠다. 없음. 처음에는 영어로 수업을 하시다 갈수록 한글로 수업을 하신다?ㅋ(그래, 올해에는 TEE - teaching English in English - 를 더 꾸준하게 시도해 봐야지. 그런데 영어로 수업을 할 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보일 때 마음이 흔들린단 말이야. 아예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고민...) 시험 힌트를 더 주었으면 하는 점(2학기 중간고사까지 3개 지필고사는 힌트를 주었으나 2학기 기말고사는 힌트를 일체 주지 않았다. 덕분에 평균은 50점 중반까지 내려갔지만... 한 40점대로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양호했다. 시험 전에 힌트를 주기보다 1주, 혹은 2주마다 그 동안 배운 것을 쪽지 시험이나 구두로 확인하여 반복해 주는 것을 올 해에는 시도해 봐야 겠다. 한 번 수업에 언급하고는 시험 보기까지 전혀 다루지 않다가 시험 직전에 힌트로, 혹은 힌트도 주지 않은 채 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 없다. 없음.

전반적으로 친절하게 대해 준 것과 생일 챙겨준 것에 대해 좋았고, 매를 들 때 아팠던 것에 대해 토로했으며, 영어 수업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나 쉬어갈 수 있는(학생들의 활동이 있는) 수업을 원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담임 맡은 학생들의 평이 곧 나의 성적표라 생각된다. 설문지 한다고 했을 때 와이프가 너무 충격먹지 말라고, 자기가 먼저 봐 주겠노라고 했었는데 트라우마 급 멘트는 없던 것 같다. 아니, 중요한 개선점은 분명히 보인다. 체벌. 매를 들지 않고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를 갖고 싶다.

2009년, 중3 수업 3학급(12시간), 고1 겸임 4학급(2시간씩 8시간) 광주 이 쪽 끝부터 저 쪽 끝까지 학교 위치는 반대지만 집에서는 얼추 비슷한 거리. 또 어떤 새로운 만남과 시도가 있을지 기대되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잘 할 수 있어! 해낼 거야! 홧팅!!

Posted by 초월자